대비 방위비분담: 감정보다 국가생존이 우선, 정확한 내용 이해도
Author
Janne Pak(박금자)
Date
2019-01-22 22:17
(1-23-2019)
-박휘락 국민대학교 교수-
[박휘락의 안보백신] 미국의 입장부터 공감…방위비분담에 대한 오해 인정
일본의 지혜로운 처리 학습…방위비분담은 한미동맹의 본질을 상징
미국이 주한미군 철수로 북한과 딜하면?…방위비분담에서 중요한 것은 태도
▲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전 미국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6월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한미국방장관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월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대미 방위비분담에 관한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고 한다. 강 장관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과정에서 한미 간 이견이 아주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미국은 현행(전년도 기준 9600여억원)의 1.5배를 요구하고 있고, 우리 정부는 1조원 이상은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언론에서는 전한다. 강 장관은 "우리가 부담할 수 있고, 합리적이며, 국회와 국민에게 설명을 할 수 있는 수준의 합의안이 타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지만, 방위비분담은 둘러싼 불확실성은 다소 길어지고, 따라서 위험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미국의 트럼프(Donald J. Trump) 대통령은 한국이 현재 분담하고 있는 액수의 2배를 요구했다는 전언도 없지 않다. 자칫하면 방위비분담이 트럼프 대통령과 우리 문재인 대통령의 자존심 싸움이 되고, 그 가운데서 우리 안보가 위태로워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우리 국민들이 낸 세금이 다른 국가의 군대를 위하여 사용된다는 점에서 국민들은 당연히 방위비분담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겠지만, 이해하는 시각에서 접근해 보면 그 외의 측면도 없지 않다. 이제는 국민들이 방위비분담에 대한 건전한 여론을 갖고, 정부에게 합리적인 정책을 시행하도록 압박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의 입장부터 공감
미국은 6.25전쟁에서 우리를 지켜줬고, 지금도 동맹공약으로 전쟁을 억제해주고 있는 맹방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먼저 방위비분담에 관한 미국의 입장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수십년 동안 세계경찰국가로서 역할을 수행해왔지만, 우방국들까지 미국을 이용만 하려고 한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국가들도 미국이 핵무기까지 공유해가면서 방어해주고 있지만, 국내총생산(GDP)의 2% 정도로 국방비를 올리라는 미국의 요구를 매우 불쾌해하고 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불이익을 보면서 부자 나라들에 보조금을 지급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미국은 더 이상 “호구(sucker)”가 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이고, 그러한 와중에서 한미 방위비분담이 현안이 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개입한 것이다.
방위비분담은 냉전이 종료되어 가면서 세계경찰국가로서의 사명을 혼자서 수행하던 미국이 세계적 안보위협도 감소되었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한계를 느낌에 따라 세계경찰의 역할을 동맹국들도 함께 하기를 요구함에서 비롯되었다. 미국은 ‘공동방위’(common defense) 개념에 입각하여 ‘책임분담’(responsibility sharing) 개념으로 세계의 안전과 질서를 확보하는 책임을 동맹국들이 공유하자고 제안하였다. 이것은 미국은 자신이 지고 있는 부담을 분담(burden sharing)해달라는 요구로 개념이 정리되면서 그의 핵심적 사항으로 미군이 주둔하는 동맹국에 관련 비용을 분담하도록 하는 비용분담(cost sharing)으로 구체화되었고, 한국이 이번에 미국과 협상하고 있는 방위비분담이 바로 이 비용분담이다.
실제로 한국은 대규모 군대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첨단의 무기 및 장비를 적극적으로 획득함으로써 상당한 책임분담을 실시해오고 있고, 다국적군 참여 등을 통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미국의 부담을 분담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협상해온 바와 같디 미군의 한국 주둔에 따르는 비용도 적극적으로 분담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방위비분담에 대한 인식이 더욱 강경하게 변모하였고, 이로 인하여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그렇게 만든 것은 아니지만,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은 부자 동맹국에게 미국이 더 이상 이용당하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원칙을 시험하는 사안이 되었고, 따라서 한국 정부도 곤혹스러운 것이다.
방위비분담에 대한 오해 인정
한국에서는 방위비분담에 대한 오해도 적지 않게 발생하였다. 그것이 미군의 예산으로 전용된다든가, 미군이 아무렇게나 사용할 수 있다든가, 이자놀이를 한다는 등이다. 특히 반미성향을 가진 인사들은 다양한 의혹을 제기하거나 루머를 만들어 전파함으로써 반미감정을 확산시키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모두 오해로서, 방위비분담은 미군 봉급 등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비(非)인적주둔경비(NPSC: Non-Personnel Stationing Cost)’라고 하여 미군이 본토가 아닌 한국이 주둔함에 따라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 중 일부를 담당한다. 이것은 주한미군을 위하여 고용된 한국인 인건비, 미군의 주둔에 따른 비전투시설이나 한미연합방위력 향상을 위한 시설 건설, 미군물자의 수송 등에만 사용하고 있고, 전액이 현금 또는 현물로 한국에서 소비되어 우리 경제에 환원된다. 다양한 사연으로 집행이 지연될 경우 은행에 예치되는 경우도 있으나 이자는 없다.
어떻게 보면 방위비분담은 한미동맹에서 한국의 자주성을 강화하는 조치일 수 있다. 미군을 활용하는 댓가로 방위비분담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국방대학교 헌철 교수가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현재 주한미군이 보유 중인 장비 가치만도 17조~31조원에 달한다고 평가된다. 권교수는 미군이 철수할 경우 이를 대체하려면 23조~36조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되고 이에 따른 국방비 부담률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91~6%까지 증액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것을 인계철선으로 하여 도래할 예정인 미 증원전력과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까지 고려하면 주한미군의 가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따라서 매년 1-2조 원 정도 되는 예산으로 이 정도의 전력을 활용하는 것은 한국에게는 매력적인 거래일 수 있다.
일본의 지혜로운 처리 학습
일각에서는 일본에 비해서 우리가 제공하는 금액이 액수는 작지만 국내총생산(GDP)과의 비율을 고려하면 우리가 높다는 등의 주장이 제기된 적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특별협정(SMA: Special Measures Agreement)에 의하여 제공하는 금액만 비교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일본은 미군의 “지위협정”(SOFA)에 의하여 지원할 수 있는 항목으로도 많은 액수를 제공하고 있고, 방위성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제공한다. 한국과 일본이 제공하는 방위비분담의 내용을 구분하여 제시하면 [표 1]과 같은데, 일본이 한국에 비해서 훨씬 다양한 항목으로 방위비분담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표 1] 일본과 한국의 미군주둔 지원 내역ⓒ
한국이 제공하고 있는 항목과 유사한 내용으로 일본이 제공하는 금액을 비교해봐도 일본이 제공하는 부분이 훨씬 많다. 우선, 한국은 1991년부터 시작했지만, 일본은 1978년부터 시작하여 누적된 금액부터 많다. 국방부 이외에 다양한 부처가 제공하여 비교가 쉽지는 않지만, 일본의 2018년 “방위백서(Defense of Japan)”에 발표되어 있는 자료를 중심으로 한국과 유사한 분야의 분담액을 비교해볼 경우 일본은 3,884억엔으로서 현재의 환률을 적용하여 한국의 9,602억원과 비교해보면 약 4.2배에 해당된다. 미 중앙정보정부의 자료(CIA Factbook)에 의하면 구매력지수(PPP)로 환산한 2017년의 한국과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2조 350억 달러와 5조 4,430억 달러로서 일본이 2.7배가 크고, 따라서 GDP와 비교해서도 한국보다 많은 금액을 부담한다. 한국은 주둔미군 경비의 50% 정도, 일본은 75% 정도를 부담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일본은 미국과의 방위비분담 문제를 한국처럼 시끄럽지 않게 잘 해결해왔다는 사실이다. 방위비분담의 취지를 이해하는 가운데, 가급적 지원한다는 자세였고, 정치적 의제로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무선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타협하도록 한 다음에 고위층에서 수용하는 형태를 정착시켰기 때문이다. 한국이 일본에게 배워야할 것은 대미동맹을 관리하는 이러한 지혜일 수 있다.
방위비분담은 한미동맹의 본질을 상징
미국과의 방위비분담 문제가 타결되지 않음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로 인하여 주한미군이 철수하거나 대규모로 감축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 주장한 바대로라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고,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직후 장기적인 견지에서 주한미군 철수의 필요성을 주장한 바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12월 국방장관을 비롯한 참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리아에서 2,000명의 미군을 “모두 신속하게” 철수시키라는 지시를 내린 바도 있다. 자칫하면 현재 1조원 정도이고, 최대로 인상해도 2조원이 되지 않을 정도의 방위비분담이 한미동맹 전체의 향방을 좌우할 방향타가 될 수도 있는 셈이다.
그다지 많지 않은 방위비분담임에도 주한미군의 철수 우려로까지 연결되는 것은 한미동맹의 성격 때문이다. 한미동맹은 강대국과 약소국 간의 동맹 즉 비대칭 동맹(asymmetrical alliance)로서 서로의 군사력을 상호 부조(扶助)하는 것이 아니라 강대국인 미국은 안보를 제공하는 대신에 약소국인 한국은 미국의 요구를 가급적 충족시켜주는 교환관계에 의하여 유지된다. 알트펠드(Michael Altfeld)라는 미국 교수는 이를 “자율성-안보 교환”(Autonomy-Security Trade-off) 모델이라면서, 이러한 강대국과 약소국의 상호 보완관계 때문에 대등한 국가 간의 동맹보다 더욱 오래 지속된다고 평가한 적이 있다.
한국이 한미동맹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한국은 미국에게 일부의 자율성을 양보함으로써 미국의 안보지원을 획득하는 것이 유리하다. 지금까지 이렇게 하여 국방비를 절약하여 경제발전에 집중하였고, 그래서 현재의 위상을 갖게 되기도 했다. 그런데, 만약 한국이 미국을 요구하는 방위비분담을 수용하는 등으로 자율성을 양보하지 않을 경우 미국에게는 비대칭 동맹의 보이지 않는 약속에 충실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따라서 안보지원을 거부할 수 있다. 미국도 일방적으로 손해만 보는 동맹을 유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 일본도 미국과 동일하게 동맹을 맺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력차가 큰 비대칭 동맹으로서 이러한 “자율성-안보 교환”의 원칙에 의하여 유지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미국의 방위비분담 요구에 최대한 순응하는 태도를 보이고, 이를 통하여 안보지원을 획득하고, 그 결과로써 경제발전과 국민복지를 보장하는 것이다.
미국이 주한미군 철수로 북한과 딜하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2019년 1월 17-19일에 미국을 방문하고, 18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서 90분 이상 협의한 결과로 현재 2월 하순 경에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이 개최될 예정이다. 바로 이어서 스티븐 비건(Steve Biegun)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9-21일 사이에 스웨덴에서 만나 총 40시간 동안 격리 상태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토론하였다.
미북 협상이 진전되면서 우려되기 시작한 것은 미국이 북한의 대륙간탄도탄(ICBM) 폐기와 핵동결을 수용하면서 북한이 요구하는 주한미군 철수를 수용하는 소위 “스몰 딜(small deal)”의 가능성이다. 지금까지 북한은 그들의 핵무기 폐기 의사를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 미북 간의 대화가 진지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뭔가 거래의 가능성이 보이고 있고, 거래가 될만한 것은 바로 이것들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북한이 보여온 행태를 보면 그들의 핵무기를 폐기할 가능성은 매우 낮고, 그렇다면 이러한 딜의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최근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라 자국 보호를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꾸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폼페오(Mike Pompeo) 미 국무장관은2019년 1월 1일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최종목표는 “미국인의 안전(the security of American people)”이라고 언급하였고, 1월 21일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은 워싱턴 북핵 전문가들의 견해를 활용하여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 북한 핵무기 관리로 선회해야 한다는 주장을 싣기도 하였다. 즉 미국은 북한의 모든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탄(ICBM)을 폐기하는 정도로 목표를 낮췄을 수 있다는 우려이다. 따라서 북한의 대미국 공격능력 제거와 주한미군 철수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불행하게도 한국은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자체적인 수단과 방법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 북한이 한국을 핵무기로 공격하면 미국이 핵무기로 응징보복하겠다는 약속 즉 핵우산(nuclear umbrella)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핵우산을 가동하게 만드는 인계철선은 바로 주한미군인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한편으로는 핵무기를 개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끈질기게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해온 것이다. 그런데, 북한의 핵위협이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기도 전에 한국이 방위비분담을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주한미군이 철수하는 사태를 우려하게 된 셈이다.
방위비분담에서 중요한 것은 태도
방위비분담이 한국 정부에게 큰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니다. 확정된 2019년 정부예산은 469조 6000억원이고, 국방비는 46조 6,971억 원인데, 이에 2018년 방위비분담금 9,602조 원을 계산하면 0.2%와 2%에 불과하다. 국민세금을 외국군을 위하여 사용하는 것이 탐탁치 않지만, 이 정도로 수십조원의 가치를 갖는 주한미군과 그를 인계철선으로 삼아서 대규모 미 증원군을 활용할 수 있다면 비싼 비용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대로 주한미군 주둔경비의 100%를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국가재정이나 국방비에 큰 부담이 되는 규모는 아니고, 비용을 내고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의 자존심은 강화될 수 있다.
방위비분담에서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은 액수가 아니라 서로의 태도일 수 있다. 한국은 지금까지 방위비분담에 대하여 너무 부정적이었고, 따라서 해를 넘겨가면서 회담하기가 일수였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개입한 것도 일년이 넘은 협상 과정에서 한국이 취한 태도를 불쾌하게 생각하였기 때문일 수 있다. 미국이 요구하는 바를 일단 긍정적으로 수용한 다음에 합리적으로 협의하여 타결하는 일본과 비교되어 미국에게는 더욱 불쾌했을 것이다.
이제 한국은 북핵 위협을 억제하기 위하여 핵우산을 비롯한 미군의 대규모 억제력과 방어력을 활용하는 비용을 지불한다는 차원에서 미국의 방위비분담 요구를 긍정적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증액 요구가 불쾌하기는 하지만, 우리의 안보가 위태롭다면 그 정도의 갑질은 참아야 한다. 우리 정부는 안보의 냉엄한 현실을 충분히 이해한 바탕 위에서 더욱 열린 마음으로 미국과의 방위비분담에 임하기를 촉구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원칙을 설정한 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할 필요가 있다.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지도자가 해야할 일 아닌가? 그런 다음에 실무선에 충분한 재량권을 부여하여 서로가 수용할 수 있는 접점을 찾도록 해야 한다. 국가나 개인의 자존심보다 국가의 생존을 중요시해야 한다. 일부 국민들의 비난을 받더라도 국가안보를 위하여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실행하는 것이 진정한 애국자이고, 국가지도자이다.
일각에서는 민간 차원에서 성금을 걷어 모자라는 방위비분담을 제공하더라도 미군을 주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북한의 비핵화는 점점 불확실해져가는 상황에서 주한미군마저 철수하면 나가면 공산화될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우려는 기우(奇遇)라고 치부할 것인가? 그러다가 잘못되면 책임질 수 있는가? 누구도 책임지지 못하기 때문에 국가안보는 언제나 만전지계(萬全之計)를 추구하는 것이고, 그래서 비용도 많이 들고,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하느라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이다. 타당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없이 수조 또는 수십조원의 국민 세금을 쏟아 부으면서 동맹국에 몇천억원 더 주는 것에 이렇게 인색해서는 곤란한 것 아닌가? 정부는 국민들의 이러한 엄중한 마음을 겸허하게 이해하면서 그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슬기롭게 대처해야할 것이다. 재삼 강조하지만, 문대통령은 지지층의 반미감정보다 국가와 국민의 생존권을 우선하기를 바란다.
-박휘락 국민대학교 교수-
[박휘락의 안보백신] 미국의 입장부터 공감…방위비분담에 대한 오해 인정
일본의 지혜로운 처리 학습…방위비분담은 한미동맹의 본질을 상징
미국이 주한미군 철수로 북한과 딜하면?…방위비분담에서 중요한 것은 태도
▲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전 미국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6월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한미국방장관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월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대미 방위비분담에 관한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고 한다. 강 장관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과정에서 한미 간 이견이 아주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미국은 현행(전년도 기준 9600여억원)의 1.5배를 요구하고 있고, 우리 정부는 1조원 이상은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언론에서는 전한다. 강 장관은 "우리가 부담할 수 있고, 합리적이며, 국회와 국민에게 설명을 할 수 있는 수준의 합의안이 타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지만, 방위비분담은 둘러싼 불확실성은 다소 길어지고, 따라서 위험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미국의 트럼프(Donald J. Trump) 대통령은 한국이 현재 분담하고 있는 액수의 2배를 요구했다는 전언도 없지 않다. 자칫하면 방위비분담이 트럼프 대통령과 우리 문재인 대통령의 자존심 싸움이 되고, 그 가운데서 우리 안보가 위태로워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우리 국민들이 낸 세금이 다른 국가의 군대를 위하여 사용된다는 점에서 국민들은 당연히 방위비분담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겠지만, 이해하는 시각에서 접근해 보면 그 외의 측면도 없지 않다. 이제는 국민들이 방위비분담에 대한 건전한 여론을 갖고, 정부에게 합리적인 정책을 시행하도록 압박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의 입장부터 공감
미국은 6.25전쟁에서 우리를 지켜줬고, 지금도 동맹공약으로 전쟁을 억제해주고 있는 맹방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먼저 방위비분담에 관한 미국의 입장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수십년 동안 세계경찰국가로서 역할을 수행해왔지만, 우방국들까지 미국을 이용만 하려고 한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국가들도 미국이 핵무기까지 공유해가면서 방어해주고 있지만, 국내총생산(GDP)의 2% 정도로 국방비를 올리라는 미국의 요구를 매우 불쾌해하고 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불이익을 보면서 부자 나라들에 보조금을 지급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미국은 더 이상 “호구(sucker)”가 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이고, 그러한 와중에서 한미 방위비분담이 현안이 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개입한 것이다.
방위비분담은 냉전이 종료되어 가면서 세계경찰국가로서의 사명을 혼자서 수행하던 미국이 세계적 안보위협도 감소되었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한계를 느낌에 따라 세계경찰의 역할을 동맹국들도 함께 하기를 요구함에서 비롯되었다. 미국은 ‘공동방위’(common defense) 개념에 입각하여 ‘책임분담’(responsibility sharing) 개념으로 세계의 안전과 질서를 확보하는 책임을 동맹국들이 공유하자고 제안하였다. 이것은 미국은 자신이 지고 있는 부담을 분담(burden sharing)해달라는 요구로 개념이 정리되면서 그의 핵심적 사항으로 미군이 주둔하는 동맹국에 관련 비용을 분담하도록 하는 비용분담(cost sharing)으로 구체화되었고, 한국이 이번에 미국과 협상하고 있는 방위비분담이 바로 이 비용분담이다.
실제로 한국은 대규모 군대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첨단의 무기 및 장비를 적극적으로 획득함으로써 상당한 책임분담을 실시해오고 있고, 다국적군 참여 등을 통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미국의 부담을 분담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협상해온 바와 같디 미군의 한국 주둔에 따르는 비용도 적극적으로 분담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방위비분담에 대한 인식이 더욱 강경하게 변모하였고, 이로 인하여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그렇게 만든 것은 아니지만,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은 부자 동맹국에게 미국이 더 이상 이용당하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원칙을 시험하는 사안이 되었고, 따라서 한국 정부도 곤혹스러운 것이다.
방위비분담에 대한 오해 인정
한국에서는 방위비분담에 대한 오해도 적지 않게 발생하였다. 그것이 미군의 예산으로 전용된다든가, 미군이 아무렇게나 사용할 수 있다든가, 이자놀이를 한다는 등이다. 특히 반미성향을 가진 인사들은 다양한 의혹을 제기하거나 루머를 만들어 전파함으로써 반미감정을 확산시키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모두 오해로서, 방위비분담은 미군 봉급 등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비(非)인적주둔경비(NPSC: Non-Personnel Stationing Cost)’라고 하여 미군이 본토가 아닌 한국이 주둔함에 따라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 중 일부를 담당한다. 이것은 주한미군을 위하여 고용된 한국인 인건비, 미군의 주둔에 따른 비전투시설이나 한미연합방위력 향상을 위한 시설 건설, 미군물자의 수송 등에만 사용하고 있고, 전액이 현금 또는 현물로 한국에서 소비되어 우리 경제에 환원된다. 다양한 사연으로 집행이 지연될 경우 은행에 예치되는 경우도 있으나 이자는 없다.
어떻게 보면 방위비분담은 한미동맹에서 한국의 자주성을 강화하는 조치일 수 있다. 미군을 활용하는 댓가로 방위비분담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국방대학교 헌철 교수가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현재 주한미군이 보유 중인 장비 가치만도 17조~31조원에 달한다고 평가된다. 권교수는 미군이 철수할 경우 이를 대체하려면 23조~36조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되고 이에 따른 국방비 부담률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91~6%까지 증액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것을 인계철선으로 하여 도래할 예정인 미 증원전력과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까지 고려하면 주한미군의 가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따라서 매년 1-2조 원 정도 되는 예산으로 이 정도의 전력을 활용하는 것은 한국에게는 매력적인 거래일 수 있다.
일본의 지혜로운 처리 학습
일각에서는 일본에 비해서 우리가 제공하는 금액이 액수는 작지만 국내총생산(GDP)과의 비율을 고려하면 우리가 높다는 등의 주장이 제기된 적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특별협정(SMA: Special Measures Agreement)에 의하여 제공하는 금액만 비교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일본은 미군의 “지위협정”(SOFA)에 의하여 지원할 수 있는 항목으로도 많은 액수를 제공하고 있고, 방위성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제공한다. 한국과 일본이 제공하는 방위비분담의 내용을 구분하여 제시하면 [표 1]과 같은데, 일본이 한국에 비해서 훨씬 다양한 항목으로 방위비분담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표 1] 일본과 한국의 미군주둔 지원 내역ⓒ
한국이 제공하고 있는 항목과 유사한 내용으로 일본이 제공하는 금액을 비교해봐도 일본이 제공하는 부분이 훨씬 많다. 우선, 한국은 1991년부터 시작했지만, 일본은 1978년부터 시작하여 누적된 금액부터 많다. 국방부 이외에 다양한 부처가 제공하여 비교가 쉽지는 않지만, 일본의 2018년 “방위백서(Defense of Japan)”에 발표되어 있는 자료를 중심으로 한국과 유사한 분야의 분담액을 비교해볼 경우 일본은 3,884억엔으로서 현재의 환률을 적용하여 한국의 9,602억원과 비교해보면 약 4.2배에 해당된다. 미 중앙정보정부의 자료(CIA Factbook)에 의하면 구매력지수(PPP)로 환산한 2017년의 한국과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2조 350억 달러와 5조 4,430억 달러로서 일본이 2.7배가 크고, 따라서 GDP와 비교해서도 한국보다 많은 금액을 부담한다. 한국은 주둔미군 경비의 50% 정도, 일본은 75% 정도를 부담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일본은 미국과의 방위비분담 문제를 한국처럼 시끄럽지 않게 잘 해결해왔다는 사실이다. 방위비분담의 취지를 이해하는 가운데, 가급적 지원한다는 자세였고, 정치적 의제로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무선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타협하도록 한 다음에 고위층에서 수용하는 형태를 정착시켰기 때문이다. 한국이 일본에게 배워야할 것은 대미동맹을 관리하는 이러한 지혜일 수 있다.
방위비분담은 한미동맹의 본질을 상징
미국과의 방위비분담 문제가 타결되지 않음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로 인하여 주한미군이 철수하거나 대규모로 감축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 주장한 바대로라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고,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직후 장기적인 견지에서 주한미군 철수의 필요성을 주장한 바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12월 국방장관을 비롯한 참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리아에서 2,000명의 미군을 “모두 신속하게” 철수시키라는 지시를 내린 바도 있다. 자칫하면 현재 1조원 정도이고, 최대로 인상해도 2조원이 되지 않을 정도의 방위비분담이 한미동맹 전체의 향방을 좌우할 방향타가 될 수도 있는 셈이다.
그다지 많지 않은 방위비분담임에도 주한미군의 철수 우려로까지 연결되는 것은 한미동맹의 성격 때문이다. 한미동맹은 강대국과 약소국 간의 동맹 즉 비대칭 동맹(asymmetrical alliance)로서 서로의 군사력을 상호 부조(扶助)하는 것이 아니라 강대국인 미국은 안보를 제공하는 대신에 약소국인 한국은 미국의 요구를 가급적 충족시켜주는 교환관계에 의하여 유지된다. 알트펠드(Michael Altfeld)라는 미국 교수는 이를 “자율성-안보 교환”(Autonomy-Security Trade-off) 모델이라면서, 이러한 강대국과 약소국의 상호 보완관계 때문에 대등한 국가 간의 동맹보다 더욱 오래 지속된다고 평가한 적이 있다.
한국이 한미동맹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한국은 미국에게 일부의 자율성을 양보함으로써 미국의 안보지원을 획득하는 것이 유리하다. 지금까지 이렇게 하여 국방비를 절약하여 경제발전에 집중하였고, 그래서 현재의 위상을 갖게 되기도 했다. 그런데, 만약 한국이 미국을 요구하는 방위비분담을 수용하는 등으로 자율성을 양보하지 않을 경우 미국에게는 비대칭 동맹의 보이지 않는 약속에 충실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따라서 안보지원을 거부할 수 있다. 미국도 일방적으로 손해만 보는 동맹을 유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 일본도 미국과 동일하게 동맹을 맺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력차가 큰 비대칭 동맹으로서 이러한 “자율성-안보 교환”의 원칙에 의하여 유지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미국의 방위비분담 요구에 최대한 순응하는 태도를 보이고, 이를 통하여 안보지원을 획득하고, 그 결과로써 경제발전과 국민복지를 보장하는 것이다.
미국이 주한미군 철수로 북한과 딜하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2019년 1월 17-19일에 미국을 방문하고, 18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서 90분 이상 협의한 결과로 현재 2월 하순 경에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이 개최될 예정이다. 바로 이어서 스티븐 비건(Steve Biegun)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9-21일 사이에 스웨덴에서 만나 총 40시간 동안 격리 상태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토론하였다.
미북 협상이 진전되면서 우려되기 시작한 것은 미국이 북한의 대륙간탄도탄(ICBM) 폐기와 핵동결을 수용하면서 북한이 요구하는 주한미군 철수를 수용하는 소위 “스몰 딜(small deal)”의 가능성이다. 지금까지 북한은 그들의 핵무기 폐기 의사를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 미북 간의 대화가 진지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뭔가 거래의 가능성이 보이고 있고, 거래가 될만한 것은 바로 이것들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북한이 보여온 행태를 보면 그들의 핵무기를 폐기할 가능성은 매우 낮고, 그렇다면 이러한 딜의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최근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라 자국 보호를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꾸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폼페오(Mike Pompeo) 미 국무장관은2019년 1월 1일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최종목표는 “미국인의 안전(the security of American people)”이라고 언급하였고, 1월 21일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은 워싱턴 북핵 전문가들의 견해를 활용하여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 북한 핵무기 관리로 선회해야 한다는 주장을 싣기도 하였다. 즉 미국은 북한의 모든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탄(ICBM)을 폐기하는 정도로 목표를 낮췄을 수 있다는 우려이다. 따라서 북한의 대미국 공격능력 제거와 주한미군 철수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불행하게도 한국은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자체적인 수단과 방법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 북한이 한국을 핵무기로 공격하면 미국이 핵무기로 응징보복하겠다는 약속 즉 핵우산(nuclear umbrella)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핵우산을 가동하게 만드는 인계철선은 바로 주한미군인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한편으로는 핵무기를 개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끈질기게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해온 것이다. 그런데, 북한의 핵위협이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기도 전에 한국이 방위비분담을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주한미군이 철수하는 사태를 우려하게 된 셈이다.
방위비분담에서 중요한 것은 태도
방위비분담이 한국 정부에게 큰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니다. 확정된 2019년 정부예산은 469조 6000억원이고, 국방비는 46조 6,971억 원인데, 이에 2018년 방위비분담금 9,602조 원을 계산하면 0.2%와 2%에 불과하다. 국민세금을 외국군을 위하여 사용하는 것이 탐탁치 않지만, 이 정도로 수십조원의 가치를 갖는 주한미군과 그를 인계철선으로 삼아서 대규모 미 증원군을 활용할 수 있다면 비싼 비용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대로 주한미군 주둔경비의 100%를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국가재정이나 국방비에 큰 부담이 되는 규모는 아니고, 비용을 내고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의 자존심은 강화될 수 있다.
방위비분담에서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은 액수가 아니라 서로의 태도일 수 있다. 한국은 지금까지 방위비분담에 대하여 너무 부정적이었고, 따라서 해를 넘겨가면서 회담하기가 일수였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개입한 것도 일년이 넘은 협상 과정에서 한국이 취한 태도를 불쾌하게 생각하였기 때문일 수 있다. 미국이 요구하는 바를 일단 긍정적으로 수용한 다음에 합리적으로 협의하여 타결하는 일본과 비교되어 미국에게는 더욱 불쾌했을 것이다.
이제 한국은 북핵 위협을 억제하기 위하여 핵우산을 비롯한 미군의 대규모 억제력과 방어력을 활용하는 비용을 지불한다는 차원에서 미국의 방위비분담 요구를 긍정적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증액 요구가 불쾌하기는 하지만, 우리의 안보가 위태롭다면 그 정도의 갑질은 참아야 한다. 우리 정부는 안보의 냉엄한 현실을 충분히 이해한 바탕 위에서 더욱 열린 마음으로 미국과의 방위비분담에 임하기를 촉구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원칙을 설정한 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할 필요가 있다.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지도자가 해야할 일 아닌가? 그런 다음에 실무선에 충분한 재량권을 부여하여 서로가 수용할 수 있는 접점을 찾도록 해야 한다. 국가나 개인의 자존심보다 국가의 생존을 중요시해야 한다. 일부 국민들의 비난을 받더라도 국가안보를 위하여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실행하는 것이 진정한 애국자이고, 국가지도자이다.
일각에서는 민간 차원에서 성금을 걷어 모자라는 방위비분담을 제공하더라도 미군을 주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북한의 비핵화는 점점 불확실해져가는 상황에서 주한미군마저 철수하면 나가면 공산화될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우려는 기우(奇遇)라고 치부할 것인가? 그러다가 잘못되면 책임질 수 있는가? 누구도 책임지지 못하기 때문에 국가안보는 언제나 만전지계(萬全之計)를 추구하는 것이고, 그래서 비용도 많이 들고,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하느라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이다. 타당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없이 수조 또는 수십조원의 국민 세금을 쏟아 부으면서 동맹국에 몇천억원 더 주는 것에 이렇게 인색해서는 곤란한 것 아닌가? 정부는 국민들의 이러한 엄중한 마음을 겸허하게 이해하면서 그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슬기롭게 대처해야할 것이다. 재삼 강조하지만, 문대통령은 지지층의 반미감정보다 국가와 국민의 생존권을 우선하기를 바란다.
박금자(Janne Pak, 백악관 출입기자)
20여년 동안 한반도 문제를 다루고 있는 여성 언론인으로서 현재 미 백악관, 국방부, 국무성, 국회를 출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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