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권 찾았다고 축배들 때 북은 ICBM 쐈다
Author
Janne Pak(박금자)
Date
2017-07-05 22:42
(2017-7-05)
-박휘락, 국민대학 정치전문대학 원장- <긴급진단>가장 큰 위험은 국론분열, 총력방어 필요
청와대는 북핵 대비 조직을 합참도 우선순위 전환을
▲ 북한이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시험발사 성공 소식에 기뻐하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연합뉴스
지금 이 순간 북한이 핵미사일로 한국의 어느 도시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하면 우리는 어떻게 할까? 우리는 현재 공격해오는 북한의 핵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interception)하여 파괴시킬 수 있는 무기를 구비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미국에게 지원을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면 미국은 동맹국이기 때문에 북한에게 한국을 핵미사일로 공격하기만 하면 미국의 대규모 핵무기로 북한을 초토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할 것이다. 미국은 전략폭격기, 핵잠수함 등을 한반도로 전개시켜 응징보복의 능력을 과시할 것이다. 미국의 무시무시한 핵전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북한은 미국의 대규모 응징보복이 두려워 한국에 대한 핵미사일 공격 위협을 멈추게 된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적용하고 있는 북한의 핵공격 억제(deterrence) 또는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의 논리이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탄(ICBM: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을 개발해버리면 어떻게 될까? 미국의 대규모 응징보복 위협에 북한이 굴복할까? 오히려 북한은 다음과 같이 말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초토화되어도 좋다. 각오가 되어 있고, 잃을 것도 별로 없다. 그렇지만 우리도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워싱턴 D.C.를 우리의 ICBM으로 공격하겠다. 그러면 그 도시들은 처참하게 파괴될 것이다. 잃을 것이 많은 미국이 그러한 파괴를 감수하겠다면 응징보복해라.”
북한이 위와 같이 재협박할 경우 미국은 어떻게 반응할까? “샌프란시스코, 로스엔젤레스, 워싱턴 D.C.가 핵공격을 받더라도 한국을 공격하는 북한에 대하여 응징보복하겠다.”라고 할까? 우리 모두가 미국의 대통령으로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자. 과연 한국이 핵공격을 받는 것을 예방하거나 보복하기 위하여 샌프란시스코, 로스엔젤레스, 워싱턴 D.C.에 핵미사일이 떨어지는 것을 감수할 것인가? 미국 대통령은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미국 의회나 국민들이 동의할 것인가?
2017년 7월 4일 북한은 ICBM 개발에 성공하였고, 공식적으로 그 성공을 대대적으로 선언하였다. ICBM은 한반도의 전략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위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ICBM은 유사시 미국의 확장억제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평시에도 한미동맹을 균열 또는 극단적으로 폐기시키고, 결과적으로 핵대응력을 전혀 갖고 있지 못한 한국을 고립시킬 수도 있는 엄청난 영향력을 갖는 무기이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화성-14 로켓이 최대 사거리로 발사했다면 8,000~9,000㎞를 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는 공격할 수 있다. 지난 6월에 북한은 3단 로켓을 시험하였다고 보도된 바 있는데, 이것을 추가한다면 사거리는 더욱 늘어날 것이고, 워싱턴 D.C.를 포함한 미 전역을 공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북한이 미국에 대해서만 핵공격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북한은 한국의 어느 지역에 대해서도 핵무기 공격을 가할 수 있다. 북한은 2013년 2월 제3차 핵실험으로 핵무기 개발에 성공하여 20개 정도의 핵무기를 개발한 상태이고, 2016년 9월 9일 제5차 핵실험 이후에는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미사일에 탑재하여 공격할 수 있도록 핵탄두를 “표준화·규격화”했다고 발표하였다.
미 국방부의 자료에 의하면 북한은 최소한으로 평가해도 100기 이상의 스커드 미사일(300-700km 정도), 50기 정도의 노동미사일(1,300km 정도), 50기 정도의 중거리 미사일(2,000-4,000km)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이다. 북한과 인접하고 있는 한국에게는 미사일의 사거리가 문제되지 않고, 단거리 미사일일수록 탑재용량이 커서 핵무기 탑재가 용이하다. 2017년 5월 21일 북한은 고체연료의 ‘북극성-2형' 미사일을 시험발사하여 성공을 과시하였는데, 이 경우 5분만 준비하면 발사할 수 있고, 따라서 “킬 체인”으로 사전에 무력화하겠다는 우리의 계획은 무용해진 상황이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까지와 같이 북한이 체제유지 목적으로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고, 동일민족이라서 남한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며, 대화를 통하여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을 것인가? 우리 스스로는 아무런 유효한 조치도 강구하지 않으면서 미국과 중국의 행동과 조치만을 촉구할 것인가?
보리밭의 종달새
당연히 우리는 동맹국인 미국에게 최대한 도와주도록 촉구하고, 한미동맹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도록 해야 한다. 한미연합사령관에게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한국의 국민들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도록 지시해야한다. 중국은 물론이고, 러시아와 일본, 나아가 세계 각국으로 하여금 북한을 제재하고,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하도록 요청해야 한다. 그러나 그들에게 북한의 핵무기는 직접적인 위협이 아니다. 말로는 도와주겠지만 행동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말이 있다. 북한 핵문제 해결의 주역은 한국이어야한다.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국민들의 생존을 보장하는 주체는 우리 정부이고, 우리 군대여야 한다. 우리와 우리 자손들의 생사를 걱정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이솝의 우화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종달새가 보리밭 가운데에 집을 짓고, 아기새들을 낳았다. 아기새가 어느 정도 크면서 보리도 익어갔다. 어느 날 보리밭 주인이 밭에 와서 말하였다. “보리가 잘 익었군. 내일 이웃사람들에게 부탁하여 보리를 베야겠군.” 이 말을 들은 아기 종달새들은 깜짝 놀라 어미새에게 빨리 이사가자고 졸았다. 그러나 어미새는 이사갈 필요가 없다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정말 며칠이 지나도 보리밭은 베어지지 않았다. 며칠 후 주인은 친구에게 부탁하여 보리를 베야한다고 했고, 또 며칠 후에는 친척들에게 부탁하여 보리를 베야겠다고 말하였다. 그래도 어미새는 이사가자고 하지 않았다. 남의 도움을 기다리는 사람의 말은 믿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었다. 실제로 계속 보리는 베어지지 않았고, 일부는 너무 익어 쓰러져가고 있었다. 그 지경에 이르자 주인은 말하였다. “큰일 났군. 내일 당장 내가 나서서 보리를 베야겠군.” 그제야 어미 종달새는 아기새들에게 이사를 가야한다면서 짐을 챙기라고 했다. 남에게 맡기지 않고 스스로 하겠다고 사람의 말은 믿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는 우리와 우리 자손들의 생사를 좌우하는 너무나 중대한 문제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는 동맹국인 미국에 의존하고, 북한의 동맹국임을 알면서도 중국이 나서서 도와주지 않을까 기대하였다. 북한이 핵실험이나 미사일 시험발사 등을 실시할 때마다 미국의 반응과 대책을 예측하거나 중국의 협조 여부를 가늠하기에 바빴지, 우리 스스로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 처음의 보리밭 주인과 크게 다른가?
아무리 동맹국이라고 해도 미국이 우리만큼 북한의 핵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할 리가 없다. 어쩌면 중국은 한국이 곤란해지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이제는 우리가 직접 나서야 한다. 뒷부분의 보리밭 주인처럼 우리 모두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해결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정부·군대·국민의 삼위일체적인 노력 필요
문재인 대통령부터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위협이 심각함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국민들에게 총체적 대비의 필요성과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해야할 것이다. 대통령이 북핵 대비의 절박성을 인식하면서 필요한 조치를 지시하지 않을 경우 정부의 각 부처들과 군대가 요구되는 과제를 적극적으로 식별하여 조치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국군통수권자로서 대통령의 책임감이 절실한 상황이다.
늦었지만 청와대부터 북핵 대비를 위한 조직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국가안보실에 북핵 대응을 위한 전담조직을 추가해야할 것이다. 이 조직이 정부의 모든 북핵대비 노력을 총괄하고, 북핵에 관한 위기가 발생할 때 대통령을 즉각 보좌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조직을 중심으로 정부는 한국의 핵억제 및 방어 전략을 수립해야 하고, 군으로 하여금 필요한 무기 및 장비를 최우선적으로 확보하도록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도록 해야 한다. 이 조직이 미국과 북핵 대응을 위한 정책과 노력을 조율 및 통합해야 한다.
정부 내에서도 국가정보원, 외교부, 국민안전처 등은 북핵 대비를 최우선적인 과제로 선정하여 필요한 조직을 변경하고, 예산의 우선순위를 전면적으로 재조정해야 한다. 국정원은 북핵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수집 및 분석하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 하고, 외교부는 북핵을 억제하거나 북핵 방어에 유리한 국제적 협력을 유도하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유지하는 데 모든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국민안전처의 경우에는 북한의 핵공격을 받더라도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현재의 민방위를 핵민방위로 확대하고, 다양한 형태의 대피소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국방부와 합참도 모든 업무의 중점을 북핵 대비로 전환해야 한다. 북핵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조직도 개편하고, 예산의 우선순위도 조정해야 할 것이다. 국방부장관이나 합참의장부터 북핵 위협의 심각성과 필요한 대응방향을 처절하게 인식하면서 대응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하고, 북핵 대비를 위한 전문성이 있는 요원들로 국방부와 합참의 참모들을 충원해야할 것이다. 합동방공사령부와 전략사령부를 창설하는 등 북핵 대응을 위한 실행조직을 마련함으로써 당장 북한이 핵미사일로 공격하더라도 일사불란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할 것이다.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고, 상당한 재원과 노력이 소요되겠지만, 북한의 핵공격을 가정한 핵민방위 노력도 강구해야 한다. 일본은 이미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대피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정부는 핵공격을 받았을 경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기본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핵대피가 가능한 수준으로 현 민방위 대피소를 보강하며, 핵대피를 위한 사항을 교육 및 훈련시킬 필요가 있다. 국민들은 불편하더라도 정부의 지침에 따라 필요한 민방위 조치에 협조해야할 것이다.
프러시아의 유명한 군사이론가 및 전략가인 클라우제비츠(Carl von Clausewitz)는 “정부·군대·국민의 삼위일체(Trinity)”전쟁승리의 필수적인 요소로 거론하고 있다. 현대전이 총력전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부와 군대는 물론이고, 이제는 국민들도 피와 땀과 눈물을 각오해야한다. 이만큼 현재의 안보상황은 심각하다.
탄도미사일 방어와 사드 배치
동시에 현재 상태에서 가장 시급한 조치는 북한이 핵미사일로 공격할 경우 이를 공중에서 파괴시키는 능력 즉 탄도미사일방어(BMD: Ballistic Missile Defense)이다. 한국군은 현재의 PAC-2 2개 대대를 PAC-3로 개량하는 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하면서, 한국의 주요 도시들을 방어하는 데 필요한 요격미사일 소요를 총괄적으로 계산하여 부족한 부분을 조기에 확보해야할 것이다. 현해탄으로 이격되어 있는 일본도 주요도시들을 방어할 수 있도록 주요도시마다 PAC-3를 배치하고 있는데, 우리는 수도권 이외에는 군부대 방어를 위하여 배치해둔 상태이기 때문이다. 수도권 방어를 위해서도 PAC-3를 더욱 증강하면서 현재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중거리 대공미사일(M-SAM)과 장거리 대공미사일(L-SAM)의 개발을 더욱 가속화하여 배치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전국적인 범위에서 더욱 높은 고도에서 한번 더 요격할 수 있도록 주한미군의 사드(THAAD) 이외에 한국군 자체적으로 1-2개 포대를 구매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 상태에서 한국이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할 사항은 주한미군의 탄도미사일방어와 한국군의 탄도미사일방어를 효율적으로 통합 및 조정하는 일이다. 남한이라는 동일한 지역에 존재하면서도 현재처럼 별도로 운영되어서는 효과적인 탄도미사일방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군의 탄도미사일방어 작전통제소와 미군의 탄도미사일방어 작전통제소는 일본과 주일미군의 경우처럼 당연히 통합되어야 하고, 탄도미사일방어를 위한 요격미사일 등도 중복과 공백이 없도록 한미연합방위 차원에서 통합 및 재조정되어야할 것이다.
당연히 주한미군의 사드는 조속히 전체 포대가 작전운영이 가능하도록 조치되어야 한다. 일부 국민들은 그들이 반대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냉정하게 분석해보고, 국가의 안보 차원에서 양보할 필요가 있다. 전자파에 대한 피해는 거의 무시할 수준인 것으로 판명된 상태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워낙 심각하기 때문에 6기의 발사대를 모두 배치하여 작전운영을 하는 상태에서 환경영향평가를 하는 등의 비상적인 조치를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중국의 경제적 제재도 감수해야할 것인데, 국내적인 절차로 인하여 사드의 가동을 계속하여 지체시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나가며
대한민국은 지금 전대미문의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있다.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여 생존을 위협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대비책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한 상태이다. 미국이라는 세계 최강대국을 동맹국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안심하고 있었지만, 북한의 ICBM은 미국이 약속하고 있는 확장억제는 물론이고, 한미동맹의 견고성까지도 위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론은 분열되어 있고, 정치는 정권탈취를 위한 이전투구(泥田鬪狗)에 빠져서 안보는 등한시되고 있다. 임진왜란, 정묘·병자호란, 한일합방, 6.25전쟁의 과거 역사적 사례를 통하여 잘못되었다고 배웠던 익숙한 장면들이 너무나 많고, 또다시 반복될까 두렵다.
이제 우리 모두는 북핵으로부터 우리 민족을 구하기 위한 노력에 매진해야 한다. 핵무기가 폭발하는 것은 현 세대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민족의 유일한 터전인 한반도를 불모지대로 만들 수 있다. 임진왜란, 정묘·병자호란, 한일합방, 6.25전쟁에서는 재기가 가능했지만, 핵전쟁이 발발하면 민족의 재기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현세대에게 이러한 핵참상으로부터 민족을 구하는 일보다 더욱 중요한 일이 있을까? 우리 모두 스스로에게 자문해보자. 북핵위협으로부터 나와 나 자식들을 안전하게 만들기 위하여 나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고, 무엇을 희생하고 있는가?
글/박휘락 국민대 정치전문대학원장
-박휘락, 국민대학 정치전문대학 원장- <긴급진단>가장 큰 위험은 국론분열, 총력방어 필요
청와대는 북핵 대비 조직을 합참도 우선순위 전환을
▲ 북한이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시험발사 성공 소식에 기뻐하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연합뉴스
지금 이 순간 북한이 핵미사일로 한국의 어느 도시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하면 우리는 어떻게 할까? 우리는 현재 공격해오는 북한의 핵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interception)하여 파괴시킬 수 있는 무기를 구비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미국에게 지원을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면 미국은 동맹국이기 때문에 북한에게 한국을 핵미사일로 공격하기만 하면 미국의 대규모 핵무기로 북한을 초토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할 것이다. 미국은 전략폭격기, 핵잠수함 등을 한반도로 전개시켜 응징보복의 능력을 과시할 것이다. 미국의 무시무시한 핵전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북한은 미국의 대규모 응징보복이 두려워 한국에 대한 핵미사일 공격 위협을 멈추게 된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적용하고 있는 북한의 핵공격 억제(deterrence) 또는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의 논리이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탄(ICBM: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을 개발해버리면 어떻게 될까? 미국의 대규모 응징보복 위협에 북한이 굴복할까? 오히려 북한은 다음과 같이 말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초토화되어도 좋다. 각오가 되어 있고, 잃을 것도 별로 없다. 그렇지만 우리도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워싱턴 D.C.를 우리의 ICBM으로 공격하겠다. 그러면 그 도시들은 처참하게 파괴될 것이다. 잃을 것이 많은 미국이 그러한 파괴를 감수하겠다면 응징보복해라.”
북한이 위와 같이 재협박할 경우 미국은 어떻게 반응할까? “샌프란시스코, 로스엔젤레스, 워싱턴 D.C.가 핵공격을 받더라도 한국을 공격하는 북한에 대하여 응징보복하겠다.”라고 할까? 우리 모두가 미국의 대통령으로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자. 과연 한국이 핵공격을 받는 것을 예방하거나 보복하기 위하여 샌프란시스코, 로스엔젤레스, 워싱턴 D.C.에 핵미사일이 떨어지는 것을 감수할 것인가? 미국 대통령은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미국 의회나 국민들이 동의할 것인가?
2017년 7월 4일 북한은 ICBM 개발에 성공하였고, 공식적으로 그 성공을 대대적으로 선언하였다. ICBM은 한반도의 전략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위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ICBM은 유사시 미국의 확장억제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평시에도 한미동맹을 균열 또는 극단적으로 폐기시키고, 결과적으로 핵대응력을 전혀 갖고 있지 못한 한국을 고립시킬 수도 있는 엄청난 영향력을 갖는 무기이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화성-14 로켓이 최대 사거리로 발사했다면 8,000~9,000㎞를 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는 공격할 수 있다. 지난 6월에 북한은 3단 로켓을 시험하였다고 보도된 바 있는데, 이것을 추가한다면 사거리는 더욱 늘어날 것이고, 워싱턴 D.C.를 포함한 미 전역을 공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북한이 미국에 대해서만 핵공격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북한은 한국의 어느 지역에 대해서도 핵무기 공격을 가할 수 있다. 북한은 2013년 2월 제3차 핵실험으로 핵무기 개발에 성공하여 20개 정도의 핵무기를 개발한 상태이고, 2016년 9월 9일 제5차 핵실험 이후에는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미사일에 탑재하여 공격할 수 있도록 핵탄두를 “표준화·규격화”했다고 발표하였다.
미 국방부의 자료에 의하면 북한은 최소한으로 평가해도 100기 이상의 스커드 미사일(300-700km 정도), 50기 정도의 노동미사일(1,300km 정도), 50기 정도의 중거리 미사일(2,000-4,000km)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이다. 북한과 인접하고 있는 한국에게는 미사일의 사거리가 문제되지 않고, 단거리 미사일일수록 탑재용량이 커서 핵무기 탑재가 용이하다. 2017년 5월 21일 북한은 고체연료의 ‘북극성-2형' 미사일을 시험발사하여 성공을 과시하였는데, 이 경우 5분만 준비하면 발사할 수 있고, 따라서 “킬 체인”으로 사전에 무력화하겠다는 우리의 계획은 무용해진 상황이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까지와 같이 북한이 체제유지 목적으로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고, 동일민족이라서 남한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며, 대화를 통하여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을 것인가? 우리 스스로는 아무런 유효한 조치도 강구하지 않으면서 미국과 중국의 행동과 조치만을 촉구할 것인가?
보리밭의 종달새
당연히 우리는 동맹국인 미국에게 최대한 도와주도록 촉구하고, 한미동맹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도록 해야 한다. 한미연합사령관에게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한국의 국민들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도록 지시해야한다. 중국은 물론이고, 러시아와 일본, 나아가 세계 각국으로 하여금 북한을 제재하고,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하도록 요청해야 한다. 그러나 그들에게 북한의 핵무기는 직접적인 위협이 아니다. 말로는 도와주겠지만 행동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말이 있다. 북한 핵문제 해결의 주역은 한국이어야한다.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국민들의 생존을 보장하는 주체는 우리 정부이고, 우리 군대여야 한다. 우리와 우리 자손들의 생사를 걱정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이솝의 우화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종달새가 보리밭 가운데에 집을 짓고, 아기새들을 낳았다. 아기새가 어느 정도 크면서 보리도 익어갔다. 어느 날 보리밭 주인이 밭에 와서 말하였다. “보리가 잘 익었군. 내일 이웃사람들에게 부탁하여 보리를 베야겠군.” 이 말을 들은 아기 종달새들은 깜짝 놀라 어미새에게 빨리 이사가자고 졸았다. 그러나 어미새는 이사갈 필요가 없다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정말 며칠이 지나도 보리밭은 베어지지 않았다. 며칠 후 주인은 친구에게 부탁하여 보리를 베야한다고 했고, 또 며칠 후에는 친척들에게 부탁하여 보리를 베야겠다고 말하였다. 그래도 어미새는 이사가자고 하지 않았다. 남의 도움을 기다리는 사람의 말은 믿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었다. 실제로 계속 보리는 베어지지 않았고, 일부는 너무 익어 쓰러져가고 있었다. 그 지경에 이르자 주인은 말하였다. “큰일 났군. 내일 당장 내가 나서서 보리를 베야겠군.” 그제야 어미 종달새는 아기새들에게 이사를 가야한다면서 짐을 챙기라고 했다. 남에게 맡기지 않고 스스로 하겠다고 사람의 말은 믿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는 우리와 우리 자손들의 생사를 좌우하는 너무나 중대한 문제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는 동맹국인 미국에 의존하고, 북한의 동맹국임을 알면서도 중국이 나서서 도와주지 않을까 기대하였다. 북한이 핵실험이나 미사일 시험발사 등을 실시할 때마다 미국의 반응과 대책을 예측하거나 중국의 협조 여부를 가늠하기에 바빴지, 우리 스스로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 처음의 보리밭 주인과 크게 다른가?
아무리 동맹국이라고 해도 미국이 우리만큼 북한의 핵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할 리가 없다. 어쩌면 중국은 한국이 곤란해지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이제는 우리가 직접 나서야 한다. 뒷부분의 보리밭 주인처럼 우리 모두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해결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정부·군대·국민의 삼위일체적인 노력 필요
문재인 대통령부터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위협이 심각함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국민들에게 총체적 대비의 필요성과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해야할 것이다. 대통령이 북핵 대비의 절박성을 인식하면서 필요한 조치를 지시하지 않을 경우 정부의 각 부처들과 군대가 요구되는 과제를 적극적으로 식별하여 조치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국군통수권자로서 대통령의 책임감이 절실한 상황이다.
늦었지만 청와대부터 북핵 대비를 위한 조직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국가안보실에 북핵 대응을 위한 전담조직을 추가해야할 것이다. 이 조직이 정부의 모든 북핵대비 노력을 총괄하고, 북핵에 관한 위기가 발생할 때 대통령을 즉각 보좌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조직을 중심으로 정부는 한국의 핵억제 및 방어 전략을 수립해야 하고, 군으로 하여금 필요한 무기 및 장비를 최우선적으로 확보하도록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도록 해야 한다. 이 조직이 미국과 북핵 대응을 위한 정책과 노력을 조율 및 통합해야 한다.
정부 내에서도 국가정보원, 외교부, 국민안전처 등은 북핵 대비를 최우선적인 과제로 선정하여 필요한 조직을 변경하고, 예산의 우선순위를 전면적으로 재조정해야 한다. 국정원은 북핵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수집 및 분석하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 하고, 외교부는 북핵을 억제하거나 북핵 방어에 유리한 국제적 협력을 유도하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유지하는 데 모든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국민안전처의 경우에는 북한의 핵공격을 받더라도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현재의 민방위를 핵민방위로 확대하고, 다양한 형태의 대피소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국방부와 합참도 모든 업무의 중점을 북핵 대비로 전환해야 한다. 북핵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조직도 개편하고, 예산의 우선순위도 조정해야 할 것이다. 국방부장관이나 합참의장부터 북핵 위협의 심각성과 필요한 대응방향을 처절하게 인식하면서 대응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하고, 북핵 대비를 위한 전문성이 있는 요원들로 국방부와 합참의 참모들을 충원해야할 것이다. 합동방공사령부와 전략사령부를 창설하는 등 북핵 대응을 위한 실행조직을 마련함으로써 당장 북한이 핵미사일로 공격하더라도 일사불란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할 것이다.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고, 상당한 재원과 노력이 소요되겠지만, 북한의 핵공격을 가정한 핵민방위 노력도 강구해야 한다. 일본은 이미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대피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정부는 핵공격을 받았을 경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기본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핵대피가 가능한 수준으로 현 민방위 대피소를 보강하며, 핵대피를 위한 사항을 교육 및 훈련시킬 필요가 있다. 국민들은 불편하더라도 정부의 지침에 따라 필요한 민방위 조치에 협조해야할 것이다.
프러시아의 유명한 군사이론가 및 전략가인 클라우제비츠(Carl von Clausewitz)는 “정부·군대·국민의 삼위일체(Trinity)”전쟁승리의 필수적인 요소로 거론하고 있다. 현대전이 총력전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부와 군대는 물론이고, 이제는 국민들도 피와 땀과 눈물을 각오해야한다. 이만큼 현재의 안보상황은 심각하다.
탄도미사일 방어와 사드 배치
동시에 현재 상태에서 가장 시급한 조치는 북한이 핵미사일로 공격할 경우 이를 공중에서 파괴시키는 능력 즉 탄도미사일방어(BMD: Ballistic Missile Defense)이다. 한국군은 현재의 PAC-2 2개 대대를 PAC-3로 개량하는 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하면서, 한국의 주요 도시들을 방어하는 데 필요한 요격미사일 소요를 총괄적으로 계산하여 부족한 부분을 조기에 확보해야할 것이다. 현해탄으로 이격되어 있는 일본도 주요도시들을 방어할 수 있도록 주요도시마다 PAC-3를 배치하고 있는데, 우리는 수도권 이외에는 군부대 방어를 위하여 배치해둔 상태이기 때문이다. 수도권 방어를 위해서도 PAC-3를 더욱 증강하면서 현재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중거리 대공미사일(M-SAM)과 장거리 대공미사일(L-SAM)의 개발을 더욱 가속화하여 배치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전국적인 범위에서 더욱 높은 고도에서 한번 더 요격할 수 있도록 주한미군의 사드(THAAD) 이외에 한국군 자체적으로 1-2개 포대를 구매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 상태에서 한국이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할 사항은 주한미군의 탄도미사일방어와 한국군의 탄도미사일방어를 효율적으로 통합 및 조정하는 일이다. 남한이라는 동일한 지역에 존재하면서도 현재처럼 별도로 운영되어서는 효과적인 탄도미사일방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군의 탄도미사일방어 작전통제소와 미군의 탄도미사일방어 작전통제소는 일본과 주일미군의 경우처럼 당연히 통합되어야 하고, 탄도미사일방어를 위한 요격미사일 등도 중복과 공백이 없도록 한미연합방위 차원에서 통합 및 재조정되어야할 것이다.
당연히 주한미군의 사드는 조속히 전체 포대가 작전운영이 가능하도록 조치되어야 한다. 일부 국민들은 그들이 반대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냉정하게 분석해보고, 국가의 안보 차원에서 양보할 필요가 있다. 전자파에 대한 피해는 거의 무시할 수준인 것으로 판명된 상태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워낙 심각하기 때문에 6기의 발사대를 모두 배치하여 작전운영을 하는 상태에서 환경영향평가를 하는 등의 비상적인 조치를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중국의 경제적 제재도 감수해야할 것인데, 국내적인 절차로 인하여 사드의 가동을 계속하여 지체시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나가며
대한민국은 지금 전대미문의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있다.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여 생존을 위협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대비책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한 상태이다. 미국이라는 세계 최강대국을 동맹국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안심하고 있었지만, 북한의 ICBM은 미국이 약속하고 있는 확장억제는 물론이고, 한미동맹의 견고성까지도 위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론은 분열되어 있고, 정치는 정권탈취를 위한 이전투구(泥田鬪狗)에 빠져서 안보는 등한시되고 있다. 임진왜란, 정묘·병자호란, 한일합방, 6.25전쟁의 과거 역사적 사례를 통하여 잘못되었다고 배웠던 익숙한 장면들이 너무나 많고, 또다시 반복될까 두렵다.
이제 우리 모두는 북핵으로부터 우리 민족을 구하기 위한 노력에 매진해야 한다. 핵무기가 폭발하는 것은 현 세대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민족의 유일한 터전인 한반도를 불모지대로 만들 수 있다. 임진왜란, 정묘·병자호란, 한일합방, 6.25전쟁에서는 재기가 가능했지만, 핵전쟁이 발발하면 민족의 재기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현세대에게 이러한 핵참상으로부터 민족을 구하는 일보다 더욱 중요한 일이 있을까? 우리 모두 스스로에게 자문해보자. 북핵위협으로부터 나와 나 자식들을 안전하게 만들기 위하여 나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고, 무엇을 희생하고 있는가?
글/박휘락 국민대 정치전문대학원장
Janne Pak . 한국명: 박 금자/ (재미 언론인) - 20여년 동안 한반도문제를 다루고 있는 여성 언론인 현재도 미국방부, 백악관, 국무성, 국회를 출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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