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4인 공동기고] 선택의 기로에 선 韓美동맹
Author
Janne Pak(박금자)
Date
2018-07-11 02:05
(7-10-2018)
[공동기고: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 신원식 전 합참 전략본부장.
(왼쪽부터)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 신원식 전 합참 전략본부장(사진=연합뉴스, PenN)
한국인들은 냉전시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좋은 경찰(Good Cop)’ 역할을 수행했던 미국에 지나치게 익숙해져 있는지 모른다. 지금 세계는 신냉전 시대를 맞이하여 다시 양분과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은 오히려 고립주의와 이기주의를 선택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 ‘좋은 경찰’역할에 의지하면서 국가생존을 도모해왔던 중소국들은 기로로 내몰리고 있다. 북핵 해결이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동맹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이 특히 그렇다.
팍스 아메리카나와 ‘미국 우선주의’의 모순
1991년 12월 소련이 해체되면서 냉전은 종식되었지만, 27년이 지난 지금 중국의 부상과 중·러의 밀착으로 신냉전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은 현재 중국몽(中國夢)을 앞세우고 미국이 주도해온 서태평양과 인도양에서의 해양질서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으며, 남중국해와 서해를 중국의 내해(內海)로 만들기 위해 주변국들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아시아에서의 중국의 팽창주의를 견제하고 러시아로부터 유라시아 대륙의 심장지역(heartland)을 수호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전략(Indo-Pacific Strategy)’을 내걸고 중·러를 둘러싼 지역(rimland)의 해양세력을 결집시키려 한다. 미국의 2018년도『국가안보전략서(NSS)』는 중국과 러시아를 경쟁국으로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결속도가 과거 냉전시대보다 현저하게 약화된 상태에서 미국이 희생적 경찰 역할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경제 내셔널리즘’을 표방하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면서부터 미국 우선주의와 동맹국들의 무임승차론을 제기하고 적성국과 동맹국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 관세보복을 가하고 있다. 사실,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를 구가하면서 패권적 지위를 누려온 것은 희생적 경찰 역할에 대한 보상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희생적 역할을 거부하고 스스로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대오를 와해시키면서 여전히 패권적 지위를 누리고자 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기조는 무척 혼란스럽다.
트럼프-문재인 시대의 동맹 위기
적어도 지금까지 드러난 것을 종합한다면, 트럼프의 상업적 접근이 북핵협상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겠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핵심내용들이 실종된 부실한 공동발표문에 서명하더니만, 이후 김정은 위원장을 칭찬하기에 바쁜 모습까지 연출하고 있다. 그의 할아버지가 도발한 6.25 전쟁에서 3만 7천 명의 미군이 전사한 사실이나 북한이 핵미사일로 괌과 미 본토를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했던 사실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는 한미군이 실시해온 연합군사훈련을 스스로 “도발적인(provocative)” 행동이라고 표현하면서 중단하겠다고 했고, 한반도에 전략자산을 전개하는 것을 ‘미친 짓’이라고 했다. 작년 5월 한국의 대선기간 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사드(THAAD) 배치의 비용을 내야 한다”고 발언하여 사드 배치를 지지하던 보수세력들에게 찬물을 끼얹었다. 한국에서 어떤 세력이 동맹을 지지하고 있는가에 대해 아예 개념조차 없는 듯했다.
미국 대통령이 동맹의 유지발전에 필수요인인 연합훈련을 이토록 가볍게 생각한다면, 한미동맹이 위기에 처했다고 해서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쯤 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목표로 하고 있는지 아니면 적당한 선에서 북한과 타협하여 ‘외교적 성과’만 노리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고, 남북한 중 어느 쪽이 미국의 동맹국인지 구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푸념이 나올 만도 하다. 이렇듯 ‘트럼프 변수’는 한미동맹의 위기를 몰고 온 하나의 원인임에 틀림이 없다.
그럼에도 동맹의 위기를 트럼프라는 기인(奇人)의 등장 때문에 갑자기 부상한 현상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동맹의 위기는 오랫동안 누적된 것이며, 어쩌면 한국의 책임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전·현 정부들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미국이 전략자산을 전개하여 억제력을 과시하려 하면 고맙게 생각하기보다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아야 한다며 미국을 곤혹스럽게 만들었고, 잊을만하면 ‘전시작전통제권 조기환수 및 연합사 해체’를 들고 나와 동맹을 들쑤셨으며,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시작되면 일부 시민단체와 언론들이 미국에 모욕적인 발언들을 쏟아 냈다. 주한미군과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 사드를 배치하는 일은 중국 및 국내 반대자들의 눈치를 보느라고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완료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이후에는 ‘균형외교’를 내세우면서 미국과 중국을 동등하게 취급하려 했으며,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참해 달라는 미국의 요구에 귀를 닫은 채 중국에게는 사드의 추가배치, 미 미사일방어 체제 참여,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등을 자제하겠다는 ‘3불(不)’을 약속해주었다. 이런 과정을 지켜보면서 많은 미국 국민들이 한국에 대해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지켜주어야 할 동맹국인지 아니면 북한과 한편인지 모르겠다”고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이러면서도 한국인들은 전쟁이 나면 미군이 와서 피를 흘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의 선택과 한국의 선택
미국은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지도국으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상업이익을 우선시하는 고립주의의 길을 걸을 것인가? 선택은 전적으로 미국 국민과 정부의 몫이다. 미국은 제1,2차 세계대전의 초반 유럽이 전쟁에 휩싸였을 때에 고립을 지키면서 국부를 축적했다. 오늘날 강대국인 미국에게 있어 한미동맹이 당장 사활적 중요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지향하는 미국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미국 땅에 첫발을 내디뎠던 선조들이 그런 생각으로 미국을 건설한 것은 아니었다.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국익보다 더 중시했고, 그래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강국이 되면서 미국은 세계경찰을 자임했다. 미군을 세계 각지에 전진 배치한 것은 본토 밖에서 적을 격파한다는 군사전략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세계 도처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사명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국이 이런 사명감을 망각하지 않는다면 냉전시대에 이어 신냉전 시대에 와서도 한반도가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그것에 도전하는 진영이 충돌하는 전초기지라는 사실이 크게 보일 것이며, 북핵을 완전히 폐기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서태평양과 인도양에서 미국의 지도력에 도전하는 세력을 견제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라는 사실을 직시할 것이다. 한국이 대부분의 비용을 부담하여 평택에 건설한 세계 최대의 미군기지가 아시아에서의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수호하는데 유용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무임승차론’ 타령도 자제할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아니라면 그 다음 정부에서 그렇게 할 것이다.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균형외교’의 명분 하에 중국에 다가가면서 북한이 강조하는 ‘민족’ 놀음에 부응할 것인가? 선택은 전적으로 한국 국민과 정부의 몫이다. 분명히 해야 할 것은 트럼프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체결한 것이 아니며 트럼프-문재인 시대에만 작동하는 동맹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한미동맹은 64년 동안 양국 국민들이 구축한 수많은 ‘관계들’ 위에서 발전해 왔다. 이런 역사를 중시한다면, 트럼프 행정부든 문재인 정부든 한미동맹을 자신들의 전유물로 믿고 살리든 죽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미동맹이 기로에 선 현 시점에서 문재인 정부가 고민해봐야 할 사항들은 너무나 많다. 우선은 동맹 없이 국방이 가능한지를 냉철하게 따져 봐야 한다. 그게 가능하다면 아무래도 좋다. 불가능하다면 달라져야 한다. 과거의 정부들이 그랬듯 미국 정부와 국민에게 동맹의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하고, 북핵 폐기를 위한 공조를 강화해야 하며, 북한 편에 서서 미국의 양보를 종용할 것이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안보에 유해한 대북 양보를 남발하지 않도록 자제시켜야 한다. 남북상생 시대의 개막이라는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를 위해 정녕 동맹의 일부분을 양보해야 한다고 판단한다면, 북핵의 완전한 폐기와 북한의 변화 의지를 확인한 이후에 검토해야 한다. 핵폐기의 로드맵도 그려지지 않은 시점에 ‘전작권 조기 전환’이나 ‘평화협정’을 거론해서는 안 된다. 남북대화와 안보는 동행(同行)하는 것이 옳다. 남북대화를 한다고 안보를 내팽개치거나 동맹관리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공동기고 : 박휘락(국민대 정치대학원장), 김태우(前 통일연구원장), 송대성(前 세종연구소장), 신원식(前 합참 전략본부장)
[공동기고: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 신원식 전 합참 전략본부장.
(왼쪽부터)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 신원식 전 합참 전략본부장(사진=연합뉴스, PenN)
한국인들은 냉전시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좋은 경찰(Good Cop)’ 역할을 수행했던 미국에 지나치게 익숙해져 있는지 모른다. 지금 세계는 신냉전 시대를 맞이하여 다시 양분과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은 오히려 고립주의와 이기주의를 선택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 ‘좋은 경찰’역할에 의지하면서 국가생존을 도모해왔던 중소국들은 기로로 내몰리고 있다. 북핵 해결이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동맹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이 특히 그렇다.
팍스 아메리카나와 ‘미국 우선주의’의 모순
1991년 12월 소련이 해체되면서 냉전은 종식되었지만, 27년이 지난 지금 중국의 부상과 중·러의 밀착으로 신냉전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은 현재 중국몽(中國夢)을 앞세우고 미국이 주도해온 서태평양과 인도양에서의 해양질서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으며, 남중국해와 서해를 중국의 내해(內海)로 만들기 위해 주변국들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아시아에서의 중국의 팽창주의를 견제하고 러시아로부터 유라시아 대륙의 심장지역(heartland)을 수호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전략(Indo-Pacific Strategy)’을 내걸고 중·러를 둘러싼 지역(rimland)의 해양세력을 결집시키려 한다. 미국의 2018년도『국가안보전략서(NSS)』는 중국과 러시아를 경쟁국으로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결속도가 과거 냉전시대보다 현저하게 약화된 상태에서 미국이 희생적 경찰 역할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경제 내셔널리즘’을 표방하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면서부터 미국 우선주의와 동맹국들의 무임승차론을 제기하고 적성국과 동맹국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 관세보복을 가하고 있다. 사실,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를 구가하면서 패권적 지위를 누려온 것은 희생적 경찰 역할에 대한 보상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희생적 역할을 거부하고 스스로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대오를 와해시키면서 여전히 패권적 지위를 누리고자 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기조는 무척 혼란스럽다.
트럼프-문재인 시대의 동맹 위기
적어도 지금까지 드러난 것을 종합한다면, 트럼프의 상업적 접근이 북핵협상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겠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핵심내용들이 실종된 부실한 공동발표문에 서명하더니만, 이후 김정은 위원장을 칭찬하기에 바쁜 모습까지 연출하고 있다. 그의 할아버지가 도발한 6.25 전쟁에서 3만 7천 명의 미군이 전사한 사실이나 북한이 핵미사일로 괌과 미 본토를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했던 사실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는 한미군이 실시해온 연합군사훈련을 스스로 “도발적인(provocative)” 행동이라고 표현하면서 중단하겠다고 했고, 한반도에 전략자산을 전개하는 것을 ‘미친 짓’이라고 했다. 작년 5월 한국의 대선기간 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사드(THAAD) 배치의 비용을 내야 한다”고 발언하여 사드 배치를 지지하던 보수세력들에게 찬물을 끼얹었다. 한국에서 어떤 세력이 동맹을 지지하고 있는가에 대해 아예 개념조차 없는 듯했다.
미국 대통령이 동맹의 유지발전에 필수요인인 연합훈련을 이토록 가볍게 생각한다면, 한미동맹이 위기에 처했다고 해서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쯤 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목표로 하고 있는지 아니면 적당한 선에서 북한과 타협하여 ‘외교적 성과’만 노리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고, 남북한 중 어느 쪽이 미국의 동맹국인지 구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푸념이 나올 만도 하다. 이렇듯 ‘트럼프 변수’는 한미동맹의 위기를 몰고 온 하나의 원인임에 틀림이 없다.
그럼에도 동맹의 위기를 트럼프라는 기인(奇人)의 등장 때문에 갑자기 부상한 현상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동맹의 위기는 오랫동안 누적된 것이며, 어쩌면 한국의 책임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전·현 정부들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미국이 전략자산을 전개하여 억제력을 과시하려 하면 고맙게 생각하기보다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아야 한다며 미국을 곤혹스럽게 만들었고, 잊을만하면 ‘전시작전통제권 조기환수 및 연합사 해체’를 들고 나와 동맹을 들쑤셨으며,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시작되면 일부 시민단체와 언론들이 미국에 모욕적인 발언들을 쏟아 냈다. 주한미군과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 사드를 배치하는 일은 중국 및 국내 반대자들의 눈치를 보느라고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완료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이후에는 ‘균형외교’를 내세우면서 미국과 중국을 동등하게 취급하려 했으며,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참해 달라는 미국의 요구에 귀를 닫은 채 중국에게는 사드의 추가배치, 미 미사일방어 체제 참여,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등을 자제하겠다는 ‘3불(不)’을 약속해주었다. 이런 과정을 지켜보면서 많은 미국 국민들이 한국에 대해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지켜주어야 할 동맹국인지 아니면 북한과 한편인지 모르겠다”고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이러면서도 한국인들은 전쟁이 나면 미군이 와서 피를 흘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의 선택과 한국의 선택
미국은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지도국으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상업이익을 우선시하는 고립주의의 길을 걸을 것인가? 선택은 전적으로 미국 국민과 정부의 몫이다. 미국은 제1,2차 세계대전의 초반 유럽이 전쟁에 휩싸였을 때에 고립을 지키면서 국부를 축적했다. 오늘날 강대국인 미국에게 있어 한미동맹이 당장 사활적 중요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지향하는 미국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미국 땅에 첫발을 내디뎠던 선조들이 그런 생각으로 미국을 건설한 것은 아니었다.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국익보다 더 중시했고, 그래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강국이 되면서 미국은 세계경찰을 자임했다. 미군을 세계 각지에 전진 배치한 것은 본토 밖에서 적을 격파한다는 군사전략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세계 도처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사명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국이 이런 사명감을 망각하지 않는다면 냉전시대에 이어 신냉전 시대에 와서도 한반도가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그것에 도전하는 진영이 충돌하는 전초기지라는 사실이 크게 보일 것이며, 북핵을 완전히 폐기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서태평양과 인도양에서 미국의 지도력에 도전하는 세력을 견제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라는 사실을 직시할 것이다. 한국이 대부분의 비용을 부담하여 평택에 건설한 세계 최대의 미군기지가 아시아에서의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수호하는데 유용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무임승차론’ 타령도 자제할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아니라면 그 다음 정부에서 그렇게 할 것이다.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균형외교’의 명분 하에 중국에 다가가면서 북한이 강조하는 ‘민족’ 놀음에 부응할 것인가? 선택은 전적으로 한국 국민과 정부의 몫이다. 분명히 해야 할 것은 트럼프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체결한 것이 아니며 트럼프-문재인 시대에만 작동하는 동맹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한미동맹은 64년 동안 양국 국민들이 구축한 수많은 ‘관계들’ 위에서 발전해 왔다. 이런 역사를 중시한다면, 트럼프 행정부든 문재인 정부든 한미동맹을 자신들의 전유물로 믿고 살리든 죽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미동맹이 기로에 선 현 시점에서 문재인 정부가 고민해봐야 할 사항들은 너무나 많다. 우선은 동맹 없이 국방이 가능한지를 냉철하게 따져 봐야 한다. 그게 가능하다면 아무래도 좋다. 불가능하다면 달라져야 한다. 과거의 정부들이 그랬듯 미국 정부와 국민에게 동맹의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하고, 북핵 폐기를 위한 공조를 강화해야 하며, 북한 편에 서서 미국의 양보를 종용할 것이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안보에 유해한 대북 양보를 남발하지 않도록 자제시켜야 한다. 남북상생 시대의 개막이라는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를 위해 정녕 동맹의 일부분을 양보해야 한다고 판단한다면, 북핵의 완전한 폐기와 북한의 변화 의지를 확인한 이후에 검토해야 한다. 핵폐기의 로드맵도 그려지지 않은 시점에 ‘전작권 조기 전환’이나 ‘평화협정’을 거론해서는 안 된다. 남북대화와 안보는 동행(同行)하는 것이 옳다. 남북대화를 한다고 안보를 내팽개치거나 동맹관리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공동기고 : 박휘락(국민대 정치대학원장), 김태우(前 통일연구원장), 송대성(前 세종연구소장), 신원식(前 합참 전략본부장)
박금자(Janne Pak, 백악관 출입기자)
20여년 동안 한반도 문제를 다루고 있는 여성 언론인으로서 현재 미 백악관, 국방부, 국무성, 국회를 출입하고 있다.
20여년 동안 한반도 문제를 다루고 있는 여성 언론인으로서 현재 미 백악관, 국방부, 국무성, 국회를 출입하고 있다.
Janne P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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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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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ne Pak(박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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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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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ne Pak(박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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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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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ne Pak(박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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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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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ne Pak(박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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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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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ne Pak(박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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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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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ne Pak(박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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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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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ne Pak(박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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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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